새해 일종의 기록

아침 7시다.
엄숙하리만큼 찬 아침 공기 속에서 새해를 실감한다.
모든 새로운 시작과 마찬가지로 한 해의 시작도 몹시 어렵고 고난에 찬 것임을 예감시켜 준다.
1961년이 품고 있는 무언지 어둡고 무시무시한 새 맛.
긴장미가 새벽의 냉기와 함꼐 심장부를 압박한다.
...... 필연코 행복이나 기쁨이 기다리고 있는 해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여지없는 성실한 노력을 바친, 후회도 애석함도 없는 일념으로 만들어야겠다.
생명이 타오르는 실감이 있는 팽팽한 활줄같이 귀중한 순간들의 연결선으로 된 일년을 만들어야겠다.
과감할 것, 견딜것, 그리고 참 나와 인간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을 계속할 것.
가장 사소한 일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있을 것. 이것만이 어떤 새해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나의 의무인 것이다.
1961년 1월 1일 전혜린(1934-1965)

1 2 3 4 5 6 7 8 9 10 다음